"카뱅 대적하기도 벅찬데..." 은행들이 '스타벅스'에 긴장하는 이유[홍키자의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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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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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은행들도 긴장"
스타벅스가 은행이 된 사연


[홍키자의 빅테크-33]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했습니다. 지난달 말 이마트는 4742억원을 투입해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50% 중 17.5%를 추가로 인수한다고 밝혔는데요. 기존에도 신세계그룹은 50%의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67.5%를 보유하게 됐고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투자청(GIC)과 함께 인수하는 것으로 GIC는 잔여 지분 32.5%를 인수했기 때문에 사실상 스타벅스코리아는 한국 회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미 금융권을 중심으로 '긴장해야 할 상대'가 된 지 오래입니다. 주요 금융사의 수장들은 모두 "우리 경쟁 상대는 스타벅스"라고 외쳐 왔죠. 무슨 얘기냐고요? 스타벅스가 준(準)은행이 된 지 오래라는 얘깁니다. 스타벅스가 은행이 된 사연,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1999년 1호점 시작으로 매장만 1500개가 넘었다


스타벅스 용산 해링턴스퀘어점/사진=한주형 기자


전국에 15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코리아는 전 세계 스타벅스 매출 규모로만 따져도 5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국민 브랜드가 됐습니다. 1997년 이마트와 스타벅스인터내셔널이 각각 지분 50%를 출자해 설립했는데, 1999년 이화여대 앞 1호점을 시작으로 꾸준히 매장을 늘려 왔죠. 미국 유학 시절 스타벅스를 즐겨 찾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사람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많이 이용합니다. 지난해 만 20세 이상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분석했더니, 국내 커피 브랜드 1위는 스타벅스였습니다. 결제 금액은 2조679억원(52.6%)에 달했죠. 다만 환불과 선불카드 구매 등이 포함되지 않은 거래액으로 실제 매출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9284억원, 영업이익은 1644억원을 거뒀습니다. 스타벅스 다음으로는 투썸플레이스가 5651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고요. 이디야커피(5354억원), 메가커피(2787억원), 할리스커피(1891억원), 빽다방(1571억원), 파스쿠찌(1362억원) 순이었습니다. 스타벅스의 비중이 얼마나 큰 지 한눈에 알 수 있죠.

한국이 만든 '사이렌오더'로 스벅은 준은행이 됐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를 이용하는 모습/사진=매경DB


스타벅스코리아는 전 세계에 '사이렌오더'를 만든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이 시스템이 전 세계 표준이 됐죠. 2014년 도입한 사이렌오더는 선불로 돈을 충전해놓고, 원하는 음료를 사전에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수많은 스타벅스 고객이 신용카드 대신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한 선불카드로 커피값을 결제하죠. 특히 2018년부터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앱으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매장의 60%가 현재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용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사이렌오더에 예치된 금액이 무려 지난해 기준 1801억원이라는 것입니다. 전년 대비 39% 늘어난 수치죠. 스타벅스 카드에 미리 고객들이 충전한 선불충전금인데요. 1800억원이 얼마나 큰지 감이 안 올 수 있어요. 카카오페이가 3000억원대 선불충전금을 보유하고 있고요. 토스가 지난해 말 기준 1158억원 수준이었고, 네이버페이가 576억원 정도죠. 느낌이 오시나요? 토스보다 많은 선불충전금을 보유했으니, 정말로 대형 핀테크 회사로 볼 수 있는 겁니다.

물론 고객이 언젠가는 찾아갈 돈이라 예금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은행과 달리 돈을 운용하는 데 규제가 없어요. 한 회계사는 "스타벅스처럼 선수금을 잘 활용하는 회사는 보기 드물다. 무이자로 돈을 당겨 받아 경영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사이렌오더에 예치된 금액이 무려 12억달러(약 1조42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전 세계로 확대하면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가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스타벅스는 정확히 금액을 밝히고 있진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금융권의 견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과거 신년사에서 "스타벅스가 경쟁 상대"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굿즈로 팬덤을 강화하라"…스타벅스의 '팬덤 비즈니스'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강력한 힘이 되고 있죠.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팬덤이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굿즈죠. 여름이나 겨울 시즌 때마다 정기적으로 여는 굿즈 이벤트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죠. 매장 문을 열자마자 뛰어 들어가는 '오픈런'도 흔하디 흔한 일이 됐습니다. 물론 "당근마켓만 들어가도 굿즈를 살 수 있는데 뭘 그렇게 애를 쓰지?"라는 물음표가 드는 분들은 코어 팬덤은 아닐 겁니다.

팬덤 비즈니스가 다 그렇습니다. 특히 특정 브랜드의 상품이나 분위기, 비전, 철학 등에 매료된 사람들에게는 "어머, 반드시 가져야 해"라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죠. 아이돌 팬덤에게 대하는 마음이 똑같이 브랜드에 투영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굿즈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이들 소비자를 '록인' 시킵니다. 2012년 연간 40여 종에서 2020년 연간 500여 종으로 8배 늘었다고 하고요. 커피전문점의 일반적인 굿즈인 머그컵, 유리컵, 텀블러, 워터보틀부터 우산, 열쇠고리 등 영역도 다변화했죠. '헝거 마케팅'의 고수가 바로 스타벅스라는 말도 나옵니다. 소비자의 갈증을 자극하는 마케팅인데, 생산 수량이 한정된 굿즈로 희소성을 높이면 자연히 소장 욕구가 높아진다는 것이에요.

정 부회장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상장 아닐까요. 물론 신세계에서는 "상장 계획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요. 매년 기업 가치가 커져 가는 이 회사를 가만 앉아서 두고 보지는 않을 겁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국내 1위 커피전문점이라는 특수성만으로도 상장 가능성은 있는 것이죠. 당장 업계는 3조원 넘는 기업 가치가 수년 내로 가능하다고 내다봅니다. 스타벅스는 과연 커피전문점 독주 체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까요.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되는 '홍키자의 빅테크'는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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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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